서울/창덕궁 후원 나들이 옥류천 일원

2014. 9. 4. 20:55문화재를찾아서/한국사기행

-옥류천- 

 [후원의 비경을 권역별로 나누어 포스팅 함으로 여러분의 방문시 이해를 도와 드리기 위함 입니다]              [도움 : 문화재청]

 

옥류천 입구를 접어들자 은근히 사색에 잠겨 들듯하다.

임금의 시한수가 즉흥적으로 읊어지던 곳 자연과 조화를 이룬 이곳 옥류천은 한꺼번에 드러나지 않은 골짜기와 정자들 진정 낭만 그리고 아름다움을 느끼지 않을수 없는 곳이었다.

 

옥류천 입구 바로 우측으로 보이는 취한정

 

 

 

태극정太極亭

 

옥류천 안쪽 청의정 동쪽에 있는 정자이다. 본래 이름은 운영정(雲影亭)이었는데, 1636(인조 14)년에 다시 짓고 이름도 바꾸었다. 정면·측면 각 한 칸의 정자로 지붕 가운데에 절병통이 있다. 문을 달아 방을 만들어 거처가 가능하다. 기둥 밖으로 아(亞)자 모양의 살로 평난간을 둘렀다. 상림삼정(태극정,청의정, 소요정)의 하나이다.

태극(太極)’은 ‘태초의 혼돈(混沌)한 원기(元氣)’를 의미한다. 『주역』, 「계사상전(繫辭上傳)」에 “역(易)에는 태극이 있어, 이것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는 사상(四象) 5)을 낳으며, 사상은 팔괘를 낳는다.”<원전 4>라고 하였다. 당나라 때 학자인 공영달(孔穎達, 574~648년)은 이를 풀이한 소(疏)에서“태극은 천지가 분화되기 전 원기가 섞이어 하나인 것이니, 바로 태초이며 태일이다.”<원전 5>라고 하였다.


기둥에 주련이 4개 걸려 있다.

(1) 隔窓雲霧生衣上(격창운무생의상)

창 밖의 운무(雲霧)는 옷 위에서 피어오르고

(2) 捲?山川入鏡中(권만산천입경중)

휘장을 걷자 산천이 거울 속으로 들어오네.

 

정자가 숲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창밖의 운무, 곧 구름과 안개가 방안 사람의 옷 위에서 피어날 정도로 짙으며, 휘장을 걷어올리자 사방의 경치가 비로소 거울에 비치는 광경을 묘사하였다.

당나라 왕유 6)의 칠언 율시 「칙차기왕구성궁피서 응교(勅借岐王九成宮避暑應敎)」<원전 6> 중에서 함련 두 구절을 따 온 것이다. 뒤 구절의 ‘山川(산천)’은 원시에서는 ‘山泉(산천)’으로 되어 있는데 필사자가 잘못 쓴 듯하다. 이 시는 왕유가 기왕(岐王: 당 현종의 형)을 보좌해 구성궁(九成宮)에서 피서할 때 구성궁 주위의 빼어난 풍경을 읊은 것이다.

 

(3) 花裏簾?晴放燕(화리염롱청방연)

꽃 속이라, 주렴 친 창 밖에 비 개자 제비 날고

(4) 柳邊樓閣曉聞鶯(유변누각효문앵)

버들 곁이라, 누각에선 새벽녘에 꾀꼬리 소리 들리네.

 

정자가 주위의 한가로운 정취를 표현하였다. 봄비가 그치자 꽃이 만발한 창 밖으로 제비가 날고, 버들 우거진 누각에서 새벽녘 꾀꼬리 소리를 듣는다며, 만물이 각기 하늘의 순리[天理]대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청나라의 문인 진굉모(陳宏謀, 1696~1771년) 7)의 칠언 절구 「소원(小園)」<원전 7>중에서 후반 두 구절을 따 온 것이다.
 

청의정

 

옥류천의 태극정 서쪽 사각 연못 속에 지은 초가 지붕의 정자이다. 1636(인조 14)년에 건립했다. 네모꼴의 기단에 둥근 지붕은 천원지방(天圓地方) 8)의 사상에 근거한 것이다. 예로부터 임금이 정자 주위의 논에 손수 벼를심고, 그 볏짚으로 지붕을 이어서 농사의 막중함을 일깨웠다고 한다. 상림삼정(태극정, 청의정, 소요정)의 하나이다.

 

청의(淸의)’는 ‘맑은 물결’ 또는 ‘물이 맑다’는 의미이다. ‘청(淸)’은‘물이 맑은 것’, ‘의’는 ‘물결’이라는 뜻도 있으나 ‘(의)’, ‘兮(혜)’와 통하는 말로 어조사로도 쓰인다. 『시경』 「위풍(魏風)·벌단(伐檀)」편에 “쩡쩡 박달나무를 찍어다 하수의 가에 두노니, 하수는 맑고도 물결이 지네.”<원전 8>라는 구절이 있다.

정조의 시 「청의정상화(淸?亭賞花: 청의정에서 꽃을 감상하며)」가 유명하다.

 

彈琴花底石,

꽃나무 아래 바위에 앉아 거문고 뜯고

携釣水中亭.

물 가운데 정자에서 낚시질을 하네.

雅會仍探勝,

고아한 모임이 탐승으로 이어지니

雲端?鵠聽.

구름 끝에서 아름다운 고니가 듣는구나.

 

기둥에 주련이 4개 걸려 있다.


(1) 僊露長凝瑤艸碧(선로장응요초벽)

신선의 이슬은 길이 요초(瑤艸)에 푸르게 맺혔고

(2) 彩雲深護玉芝鮮(채운심호옥지선)

채색 구름은 깊이 옥지(玉芝)를 곱게 감쌌네.

 

진기한 풀잎에 이슬이 늘 맺혀 있고, 옥 같은 지초(芝草)에 채색 구름이 깊이 감싼 풍경은 이 곳이 마치 신선들이 사는 곳인 양 속세로부터 신비롭게 보호되고있다는 느낌을 준다. 선경에서 자란다는 진기한 풀인 ‘요초(瑤艸)’와 신선이 먹는다는 ‘옥지(玉芝)’는 이 곳을 신선의 세계로 미화하는 시어들이다.


 

(3) 魚躍文波時撥剌(어약문파시발랄)

물고기는 물결 위에 뛰어 때로 첨벙거리고

(4) 鶯留深樹久俳회(앵류심수구배회)

꾀꼬리는 짙은 나무에 들어 오래 서성거리네.

 

정자 주위의 연못에 물고기가 첨벙 뛰어오르고 꾀꼬리가 나무 속에서 오래 머무는 광경을 묘사함으로써 사물들이 자연 속에서 충만한 삶을 영위하는 경지를 노래하였다. 문파(文波)는 무늬를 일으키는 물결이다. 발랄(撥剌)은 물고기가 꼬리로 물을 치는 의성어이고, 배회(俳회)는 흔히 ‘徘徊(배회)’로도 쓰며 서성거리는 모습을 형용한 의태어이다.

중국 북송 인종(仁宗, 1010~1063년) 9)의 칠언 율시 「상화조어(賞花釣魚; 꽃을감상하고 물고기를 낚으며)」<원전 9> 중에서 경련의 두 구절을 따온 것이다.

 

 

소요정逍遙亭


취한정 위의 옥류천 폭포 곁에 서 있는 정자이다. 『궁궐지』에서는“1636(인조 14)년 이 정자를 세우고, 처음에 탄서정(歎逝亭)이라 하였다가 후에 소요정으로 고쳤다. 수목이 울창하여 그림자가 오솔길을 덮었다.”<원전 1>고 하였다. 정면·측면 각 한 칸의 정자로 이루어져 있고, 지붕에는 절병통이 놓여있다. 옥류천, 소요암, 폭포, 어정, 태극정, 농산정, 청의정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지점으로 상림삼정(上林三亭) 1)의 하나이기도 하다. 상림십경 2) 중에 ‘소요유상(逍遙流觴)’이 있는데 이 곳에서 물에 술잔을 띄워 마시며 시를 짓는 즐거움을 가리킨다.

 

소요(逍遙)’란 ‘구속 없이 천천히 노닌다’는 의미이다. 임금이 때로 정무를 다 잊고 천천히 거닐며 해방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서 유래한 말인데, 순 임금이 선권(善卷) 3)에게 천하를 양위하려 하자, 선권이 “나는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쉬면서, 천지의 사이에서 천천히 노닐며 마음에 품은 바를 즐기겠다.”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기둥에 주련이 4개 걸려 있다.

 

(1) 一院有花春晝永(일원유화춘주영)

온 정원에 꽃이 피어 봄날은 긴데

(2) 八方無事詔書稀(팔방무사조서희)

온 세상이 태평하니 임금의 조서도 드물어라.

 

온 정원에 꽃이 피어 봄날이 한가롭고 천하도 무사태평하니, 임금이 번거롭게 조서를 내릴 일도 드물다는 것이다. 이는 이상적 정치를 가리키는 ‘무위(無爲)’의 다스림을 뜻한다.

본래 이 구절은 송나라 때의 문신 이방(李昉, 925~996년) 4)의 칠언 율시 「금림춘직(禁林春直)」<원전 3> 중에서 함련 두 구절을 따 온 것이다. 궁중에서 숙직하면서 봄날이 한가롭고 팔방이 무사한 것이 임금의 은택이라는 의미로 찬송한 시이다.


(3) 露氣曉連靑桂月(노기효련청계월)

이슬 기운은 새벽녘에 청계(靑桂)의 달에 이어지고

(4) 패聲遙在紫薇天(패성요재자미천)

패옥 소리 아스라히 자미(紫薇)의 하늘에서 들리도다.

 

이슬 기운이 달빛과 어울리고, 먼 하늘에서는 패옥 소리가 은은히 울리는 듯한 새벽 분위기를 묘사하였다. 그윽한 정취가 이 정자에 앉은 사람의 정신 세계와 잘 어울려 지극히 청정한 경지에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청계는 달에서 자란다는 푸른 계수나무를 가리킨다. 자미는 자미원(紫微垣)을 가리킨다. 동양의 천문학에서는 하늘을 자미원, 태미원(太微垣), 천시원(天市垣)의 삼원(三垣)으로 나누었다. 그 중에 자미원은 북극성의 북쪽에 위치해 천제(天帝)가 거처하는 곳이라 여겨 중시하였다. ‘紫薇(자미)’는 ‘紫微(자미)’와 함께 쓴다.

 

 

U자형 홈이 파진 모습을 볼수 있다.

 

 

소요암에 새긴 숙종임금의 어시(逍遙岩 刻字 肅宗 御詩)

 

飛流三百尺 비류삼백척 떨어지는 물줄기 삼백척이나 되고

遙萡九天來 요백구천래  멀리 구천으로부터 흘러 내리네.
看是白虹起 간시백홍기 바라보고 있자니 흰 무지개 일고,
飜成萬塾雷 번성만숙뢰 골짜기 마다 우뢰 소리 가득하네.

 

 

후원 북쪽의 깊은 골짜기에 있으며 인조 14년(1636)에 조성하였다. 북악산 동쪽 줄기에서 흐르는 물과 인조가 팠다고 알려진 어정()으로부터 계류가 흐른다. 소요암이라는 널찍한 바위에 U자형 홈을 파고, 샘물을 끌어 올린 다음 작은 폭포처럼 물이 떨어지게 만들었는데 임금은 이곳에서 신하들과 더불어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지었다고 한다.